'자전거 탄 소년' 을 보았다 & 호밀빵은 어디서 Hot !! one

1.
예전에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란 영화가 있었다. 희망없는 가혹한 시대에 한 소년이 성장한다는 것은. 에 대한 러시아 영화였지.
<자전거 탄 소년>의 주인공 시릴의 삶도, 얼지 않고 죽지 않고 부활할 수 있을까. 싸늘하게 눈내리는 러시아 배경같은 비쥬얼은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도 서늘한 환경들. 그러나 다르덴 형제의 영화치고는, 꽤나 희망적인 결말이 아닌가.
 
2.
다르덴 형제 영화들의 완성도나 수준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겠지만, 취향의 면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는, 그 특유의 북유럽스러운 카메라의 정서에 2% 몰입이 안되는 면이 있다. 다큐감독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오는 차이는 아닌 것 같고, 뭐랄까 독일 감독들의 카메라에 물을 타서 소금 간을 좀 뺀 느낌인데, 머리로는 감탄이 나오지만 가슴은 머리만큼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이유일까. 

3.
얼마전 본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도 그렇고, 요즘 전통적인 의미의 구성원이 갖춰진 가족을 볼 수 있는 곳은 일일 드라마 뿐인 듯하다. 사실 일일 드라마에서도, 겉모양만 갖추고 있지 그 내용까지 구성원이 제역할을 하는 가족을 보기란 쉽지 않지. 실제로 나의 주변에서도 이혼하는 친구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결혼을 하지 않은채 동거 형태로 사는 친구들도 없지 않다. 기존의 가족이라는 개념은 점점 해체될테고 그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은 속속 출몰하겠지. 늘어나는 독거노인이나 무자녀 가구와 부모없이 자란 아이들이나 양육환경에서 도태된 아이들을 조인시켜 줄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금은 그런 곳에 사용되야 해. 

4.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그들이 낳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쯤의 지구가 돌아가는 꼴을 상상할 수 있는가. 손자뻘이 어른이 되었을 쯤일테니 죽기 직전 쯤일텐데, 지금 돌아가는 꼴로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러시아 뿐 아니라 전 지구가,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의 꼴을 하고 있을것만 같은, 비관적인 미래관을 지울수가 없네.   



5.
비관적인 미래관과 더불어, 얼마후 홍대앞 리치몬드 과자점이 문을 닫는다는 얘길 들었다. 그자리를 호시탐탐 노려온 롯데가 더 높은 임대료를 제시했다고. 롯데 계열 커피점이 들어온다는데. 가뜩이나 커피점이 넘쳐나는 그 거리에 또 프렌차이즈 카페라니, 커피만 마시다 뒤지란 얘기냐. 내가 사랑하는 리치몬드 제과점의 호밀빵들, 독일빵들, 건강빵들을 먹으려면 이제 더 멀리멀리 장보러 나가야 한단 말이니. 아 짜증난다. 그리하여 멀지 않은 미래에 베이글에 이어 호밀빵 제빵에까지 도전하게 될 지도 모를 일.







       

비키니 논란을 보다가. Daily Leftover

가치관이 맞는 정치 모임이나 카페에 가입하여 떠드는 것은 꽤나 중독성 돋는 일이다. 이슈나 가치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다보니 ,나는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는 공감대 형성에 당장에라도 나의 가치관이 현실적으로 실현될 것 같고, 늬맘도 내맘 같으려니 하는 무한신뢰의 기대를 갖게 된다. 대부분 정치인 팬카페인 곳들, 비이성적 광빠에 대한 견제는 있지만 사실 연예인 팬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하여, 팬심의 대상에게 마음과 감정을 이입시키듯 버닝하다가 어느 순간 어떤 사건에 의해 이들이 내맘같지 않구나 알게 되면 급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이들이 내맘 같을 리가 없다. 내맘 같을거라 착각한 내가 문제지. 몇 년을 같이 살아온 가족들도 내맘 같지 않은데, 어쩌다 알게 된 타인이 언제나 내맘같이 움직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저 큰 틀에서, 비슷하거나 맘에 드는, 또는 지향점이 비슷한 일정 부분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뿐, 그들도 알고보면 말많고 탈많은 '인간'들이야.  

정봉주 비키니 논란을 보다가, 솔까말 뭐 저 정도가지고 저렇게들 난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상업적 의도없이 한거고, 거기에 여자 가슴골에는 본능적으로 눈이 가는 수컷들이 댓글을 달았다.  나꼼수에 깊이 감정이입하며 빠져있던 이들은, 나꼼수가 이런 일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식의 비난을 서슴치 않는다.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이 여전히 여성의 성을 대상화한다고 비난한다. 이봐...김어준의 딴지일보는 각종 독특한 음란 기사로 남녀 마초들의 사랑을 받았던 신문이었다고....... 김어준은 진보라는 이념이 가지는 결벽증과는 거리가 있어왔다. 이념보다는 개인이 중요한 사람이랄까. 김어준이 기존 진보라는 이념들과 근본을 달리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아한다. 결국 신념을 실현시키는것은 '인간개인'이지 이념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개인을 드러낼 수 없는 이념이란 공허하기 짝이 없고 왜곡되기 마련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사리사욕을 탐하지 않고 소위 진보 쪽에서 대중적 감각을 발휘해준다는 것이, 나꼼수가 가진 파워의 근간이라고 본다. 스펙트럼을 확 넓혀줬자나. 그런데 이들이 이슈가 되자 사람들은 각종 잣대를 다 들이댄다. 정치 카페라는 특성상, 다들 뭐 그리 할말이 많은지. 이래서, 정치 카페나 모임에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지.  
 
개인적으로도, 그 비키니 사진에 대해 여자들이 수치심을 느꼈다는 발언에는 공감하기 힘들다. AV 포즈의 누드사진을 보낸 것도 아니고 -.- 가릴거 다 가린 비키니 가지고 왜들 그래. 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겨울이라 노출이 뜸한 계절이라 그런가. 게다가 립스틱으로 쓴 글씨라니, 그저 감옥안 독수공방 아저씨 골려먹으려고 장난 좀 쳤군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견해가 성적 수치심에 대한 불감증이며, 그것은 대한민국 깨인 여성이 가져야 하는 수치심 지수에 못 미친다고 누가 발끈한다면, 거기에 대해선 굳이 반기를 들고 싶지 않다. 그런 수치심 지수로 사시라고 할 밖에요. 그러나 솔까말, '대한민국 깨인 여성'의 레떼르를 거기에 붙인다면, 그 실체가 뭔지 잘 모르겠다. 꼭 그 방향으로, 그런 식으로만 깨여야 하는가 의문이다. '여성'이라는 연대를 그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나꼼수를 처음 자발적으로 찾아 들을 때부터, 이런 4명의 잡놈들의 저자거리 언어가 컨셉이라는 것을 알고 들은 것이 아닌가. 나는 오히려 그런 언행이 속시원해서 낄낄거리며 들었다. 근엄한척 말돌리기 일쑤인 정치판에서 그런 언어를 쓴다는 것은 일종의 전략으로 봐줄수도 있다. 그 위험수위에 있어 일정 리스크를 안고가는 전략이지만, 그동안 안전빵만을 추구하던 기존 정치판은 쉽사리 하지 못하던 전략이기에 사람들의 환호를 얻게 된 것이 아닌가. 이전 딴지일보에는 각종 엽기코드의 AV탐구 기사들이 봇물을 이루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딱히 돈도 안되는 일에 인생 올인하여 각종 소송에 받지 않아도 될 욕까지 아군에게서 받으며 사서 고생한다는 측은지심 또한 든다. 배운 여자라면 각성하고 나꼼수의 위험수위를 지적해야 한다면, 난 안배운 여자 할란다. 그정도 자정력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 '배운 여자들의 수치심'이라는거 말이다. 수컷들의 욕망의 시선에 실컷 찌그러지고 방어적으로 스스로의 억압을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 배운 여성들의 수치심이 있어야 할 자리인가. 수치심인가 수치심이 아닌가의 경계는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모든 여성은 수치심을 느껴야 하고 수치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남성화 된 시선을 가진 여성마초라는 견해는, 미안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도대체 누가 그 경계에 사회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판단하고 단죄할 것인가. 모든 여성들이 동등한 성적 수치심의 지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적대상이 되는 것에 수치심을 느낀다면 성적대상이 더이상 되지 못한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는 암컷들은 자신의 본능이나 욕구를 숨기며 찌그러져 있어야 하나. 몇몇 결벽증적인 페미들이 발끈할만한 견해일지도 모르나, 나는 이성에게 성적대상으로 보여지는 것이 왜 수치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수컷도 마찬가지다. 여성에게 성적 대상으로 보여지길 포기한 수컷이란 얼마나 초라한가.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성적대상으로 보여지느냐 아니냐에 있는게 아니라, 성적대상으로'만' 보여지고 다른 부분은 평가절하될때, 또는 성적 대상화가 서로의 합의를 벗어난 폭력으로 이어질때 발생하는거라고 생각한다. 촛불에서의 아줌마 부대, 언니 부대의 활약상은 충분히 알고 있다. 누가 그들을 '진보의 치어리더'로 평가 절하했단말인가? 솔까말 지금 각종 소송에 휩싸이면서도 진보의 흥을 돋구기 위해 애쓰는 꼼수 4인방이야말로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닌가.
예전 운동권 내에서는, 조직내에서의 성폭력이나 불평등이 만연했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촛불 이후의 아줌마 부대, 일명 하이힐 부대들은 그 운동권 조직내에 봉사하던 여성들과는 종류를 달리한다. 자발적으로 조직된 시스템상 그러한 조직내 불평등이 불가능하잖아. 그저 몇몇 젊은 여인네들의 별 생각없는 장난일뿐인 사진에 대해 스스로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고 발끈하니, 치어리더 직업을 가진 나꼼수 팬은 왜 발끈 안하고 가만히 있는가. 오히려 그 소위 '배운 언니'들과 함께하면 더더욱 진보의 (평가절하된)치어리더가 될 것만 같은 거부감 마저 든다. 호기로움이 아쉽다.
물론 그 사진에 득달같이 달려들어 침흘린 꼴마초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꼴마초들은 진보 수구의 문제가 아니며 대한민국 세상 어디에나 깔려있는 수컷 찌질이들이다. 나꼼수의 팬층엔 잘 예절 교육받은 매너남만 있는 건 아니다. 정치에 관심 없던 대중들을 끌여 들였다는 데에 나꼼수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가슴골 사진에 잠시나마 눈이 꽂힌 대한민국 평균 수컷까지 우리가 단죄할 순 없다. 그런다고 수컷들의 눈을 뽑을 수는 없자나. 내가 당신의 허벅지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고 내눈을 뽑으라 한다면, 나 또한 거부감이 들 것 같다. 그렇다고 당신들이 허벅지를 꽁꽁 감추고 다닌다면, 생각만해도 갑갑한 세상이다. 마초들의 무지한 시선을 무조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고 옹호하고자 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발끈'이나 나꼼수에게 집단적으로 사과까지 요구하는 것은 그것이 소위 '배운 여인들'이 느끼는 사회적 불평등과 피해의식을 해소하거나 어필할 수 있는 현명한 방식은 아닐 거라는 거지.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는 글을 보고나니, 아 이 사건을 이 정도도로 확대해석하여 게시판에 도배하는 배운 여자들이라니, 난 그 '배운여자'의 히스테릭한 대열에 끼고 싶지 않다 는 생각까지 들었다. 웃자고 던진 돌에 죽자고 달려드는 그 경계. 그 경계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겠지만, 시작부터 마초임을 숨기지 않고 나온 나꼼수에게 엄격한 그 경계를 요구하는 것이 나는 넌센스라고 보는 것이다. 자정능력이 없는 4인방이 아니잖나.
혹자는, 예를 들어 남녀를 바꾸어, 이정희가 감옥에 가있는데 남성 팬들이 식스팩이나 허벅지 사진을 보냈다면 이정희가 좋아했겠는가.라며 비키니 사진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진보로서 몰상식한 일인가를 설토한다. 물론이다. 이정희와 이정희의 팬은 서로 그런 사진을 주고 받지 않을 것이며, 그런 코드 자체가 없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이정희의 대중성은 나꼼수만한 팬을 만들지 못한다. 솔까말 감옥에 갇힌 채로도 '제발 나에게 너희들의 식스팩과 허벅지 사진을 보내줘!' 라고 말할 수 있는 여성 정치인이 대한민국엔 한참은 나올 리가 없다는게 슬픈 일 아닌가. 어느 나라는 전직 포르노 배우였던 여인이 국회의원도 하는데 말야. 
게다가 나꼼수는 정치인도 아니고, 정론 언론도 아니다. 공중파에 뿌려지는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다운받아야 하는 해적방송이자나.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색깔이 있는데, 사람들의 요구와 기대가 지나치다. 그동안 진보라는 이름의 그룹들이 결벽성을 내세우며 경직되어 있던 부분을 나꼼수는 개의치 않고 유연하게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마음을 열었던 것일진대, 이제는 그것이 도가 넘치고 맘에 안든다고 아우성이니, 거리를 두고 보지 못하는 마음들이 아쉽다. 기대와 관심도 지나치면 과유불급이다.         

다행히 '뉴스타파'라는 제대로된 프로그램이 나왔나보다. 제대로된 프로그램이 없다보니, 나꼼수같은 지하방송에 품격과 잣대를 요구하는 과부하가 걸렸었는데, 이제 제대로된 언론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으니  나꼼수는 하던대로, 잡스러운 마이너 정신으로 계획했던 방송을 마치기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원조마초여성팬은 바라는 바이다.  
    





폭풍요리 Daily Leftover

한동안 집에 잘 오지 못했다. 작업실의 냉장고도, 집의 냉장고도 텅 비어버렸고 마침 요리욕이 돋아, 폭풍 요리의 주말을 보내기로.
마포에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하나 있다. 마트보다 와일드한 식자재가 많아 주로 그곳에 간다. 안해도 되는 쓸데없는 손질과 분류를 해놓고 유통비와 포장비로 더 비싸지기만 하는 마트보다, 이 도매시장은 훨씬 다채롭다. 그러나 먹는 입이 한명인 관계로, 주로 구경만 하다가 필요한 것만 사온다. 오늘 사온 것은 배추하나, 무하나, 쪽파 한단, 호두, 파래, 섬초, 새우 육젓, 수육용 돼지고기 조금.
재료를 보면 알겠지만, 오랜만에 김치를 담그고 싶었다. 사먹는 김치도 맛있으나 좀 질리기도 하고, 김치만큼 요리욕을 확실히 해소시켜주는 음식도 없는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선물 받았기에.  
  
200년 종가음식이라니. 제대로 김치 담그시는 아줌마다. 이 책은 계절별로 김치를 나누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담그는 여러 종류의 김치를 소개하고 있는데, 각각의 종류마다 요리 포인트가 다르다. 재료의 특성에 따른 미묘한 차이. 팬시한 레시피의 요리책과 정통파 레시피의 요리책은 이런걸로 구분되는 듯. 이 종가집 아줌마는 워낙 정통파시라 양념을 믹서에 갈면 기계열에 의해 맛과 영양이 파괴된다는 이유로, 믹서가 아닌 학독-바닥에 울툴불퉁한 요철이 있는 넓은 독-이라는 것에 손으로 직접 간다. 그리고 고추가루를 만들때 빼놓은 고추씨를 따로 말려 양념 겸 고명으로 쓴다고. 칼칼하고 개운한 맛이 날것이라 짐작. 
이것 외에도 이책에는 아줌마만의 포인트랄까 비법이 여러개 소개되어 있다. 그중 오호라할 만한 것으로 김치속에 찹쌀풀을 쑤어 넣는데 그치지 않고, 풀국이라는 것을 끓이시더군. 풀국에는 찹쌀가루 이외에 고구마가루와 콩물을 넣는데, 김치가 익었을때 군내가 나지 않고 톡 쏘는 맛이 살면서 고구마가루에서 단맛도 우러난다고. 여기서 고구마가루는 흔히 전분가루라고 부르는 고구마 전분가루가 아니다. 날고구마의 껍질을 벗기고 바싹 말려 곱게 갈아 쓰는 것으로, 시중에 파는 전분가루는 직접 빻은 고구마가루와 달라서 김치를 망칠 수 있다고. 풀죽은 이렇게 찹쌀가루:고구마가루:콩물을 10Ts:1Ts:1Ts비율로 넣고 다시마 국물 3컵을 부어가며 만든다. 다시마 국물은 감칠맛을 낼테고. 레시피만 척 봐도, 이렇게 풀국을 만들어 김치를 담그면 맛나지 않을 수가 없겠다. 그러나, 겨우 한포기 담그는 양으로 고구마가루까지 만들어 담그는 난리를 피우기는 거시기하여, 고구마가루는 다음으로 미루고 그냥 찹쌀풀로 대체. 

흥미로운 이러저러한 팁들로 눈은 호강했으나, 입하나 먹자고 곧이 곧대로 다 따라할 부지런함은 부족한지라, 몇가지는 가감하여 얼추 비슷하게 배추 한포기를 김치로 둔갑시켰다. 

 



다시마 국물로 찹쌀풀을 쑤고, 마른 멸치도 살짝 갈아넣고, 무엇보다 무채를 썰어 넣는 대신, 무를 갈아 속과 섞었다. 이러면 양념이 시원해지고 찌개용으로도 지저분하지 않으며, 먹다가 배추속만 남아 따로 버리는 일도 없겠다.

그리고 내친김에 깍두기도 슬쩍. 책에는 국물깍두기, 콜라비깍두기, 무오가리김치, 무생채, 섞박지, 굴깍두기김치, 숙깍두기김치, 정깍두기김치, 초록무김치, 뻐개지김치 등 무로 담글수 있는 김치만도 한가득이다. 저는 정깍두기김치부터 도전합니다.



이제 설렁탕만 한그릇 있으면 되겠군 +.+


사실 이렇게 김치를 담그기 위해 배추를 절이는 동안, 갖가지 다른 반찬을 만들며 요리욕을 채웠다. 작업실에서 어쩔수 없이 구워 먹었던 햄이며 각종 인스턴트, 빵들이여, 잠시 안녕.


우선 섬초무침. 요맘때 나는 시금치인 섬초나 포항초는 달달하니 완전 맛있다. 나물은 데치면 양이 반의 반으로 줄어들어 마음이 허전해지므로, 이맘때의 섬초는 잔뜩 많이 사서 대량을 무쳐 혓바닥이 파래지도록 뽀빠이처럼 매끼니 먹는다. 완전 튼튼해지는 기분이다. 양념은 국간장과 참기름, 마늘 정도이나 겨울철 시금치들은 단맛이 돌기 때문에 후추를 살짝 뿌리는 것이 좋다고, 나의 한식 요리 멘토 최경숙님 요리책에 써있다.




이거슨 국민반찬 멸치호두볶음. 멸치만 볶기엔 쪼금 섭섭할때 호두를 넣어주면 먼가 럭셔리해지면서 마치 산호밭에 얽혀있는 멸치떼와 같은 모양이 연출된다. 간장설탕맛술 1:1:1의 비율을 지켜주자. 과다한 물엿 사용은 느끼함을 야기시킬 수 있으니 막판에 윤기를 위해 1/2만 넣는다. 간장으로 볶을 때에는 왠지 검은깨가 어울린다. 멸치 눈깔과 비슷한것 같기도 해....  






김치를 하기 위해 쪽파를 한단 사면, 항상 김치 담그고 난 나머지가 고민스럽다. 웬만하면 탄수화물+기름 조합인 전은 피하고자 하는지라 파전 부쳐먹는것도 한두번이고, 파김치를 담글까하다가 파김피까지 담그면 정말 파김치가 될 것 같아, 살짝 데친 후 김과 함께 무쳤다. 이거 맛나다. 쪽파의 매운 향을 김이 포근하게 감싸준다. 둘이 은근 잘 어울린다는거.   






파래, 매생이, 미역. 이런거 막 땡길때가 있다. 물미역과 파래중 어느걸 사올까 하다가, 물미역의 굵은 줄기가 아무래도 마음이 걸려 파래를 집어 들었다. 흡연자에게 특히 좋다는 파래녀석, 5덩이에 겨우 천원이라니, 담배 한 갑만도 못한 착한 가격이로다. 5덩이면 무지 많다. 바다내음이 고팠다구요. 살짝 절인 무채와 섞어 새콤하게 무쳤다. 무채를 좀 더 얇게 썰었어야 했어.......




그러고도 사온 파래의 반이 남아, 고추를 섞어 전을 부쳤다. 탄수화물+기름 조합인 전을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이유는 고칼로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방 집어먹어 바닥내기 때문에,,,,,,;;;;; 결국 김치 담그는 동안 다 집어 먹었다.....;;;;;;




바다야채와 육지야채가 고팠었나보다. 먼가 뿌듯하군. 내일은 수욕을 삶아 새로 담근 김치로 싸먹을테다.
근데 혼자 이렇게 잘해먹어도 되는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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