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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일자가 조정되었다. 속상하다................................................
<질투는 나의 힘>의 감독 박찬옥의 영화 파주.
영화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농담삼아 현재 한국 영화 감독계의 F4를 꼽아보다보면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까지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물론 공갈은 박찬욱에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대세가 그러하니 따르기로) 그 나머지 한명에서는 의견이 분분해지기 마련이다. 장선우, 이창동, 허진호 등등이 언급되기도 하나, 무언가 5%정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F3로 마무리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했었는데, 이영화 <파주>를 보고, 박찬옥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것이, <질투는 나의 힘> 이후 그녀의 7년만의 영화이다. ![]() '밀양'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은밀하면서도 나른한 느낌이 공간화되어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장악했던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보고, 참으로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그곳이 어떻건간에, 한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밀양'이라는 이름의 도시에서는 왠지 그런 일이 가능할것만 같았달까. 이 영화 '파주'에서 박찬옥은 '파주'라는 단어를 발음할때 느껴지는 알수없는 문제적인 느낌으로 문제적 인물의 문제적 관계를 영화에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철망이 깔린 안개자욱한 자유로와, 웬지 일년 내내 늦겨울일것만 같은 써늘하고 황량하며 남루한 구시가지 거리 그리고 신도시 재개발을 위해 흘러드는 자본의 욕망(호박 나이트!!)은 이 영화의 강한 정서적인 공간감을 형성한다. 거기에 문제적인 두배우ㅡ'이선균'과 '서우'가 있다. 고백하건데 공갈은, 사실 멜로영화 매니아이다. 웬만한 문제적 멜로영화는 다 섭렵했다고 자부하는 바, 그 결과 '좋은 멜로영화란 멜로가 아닌것' 이라는 나름의 잣대내지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 누구나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사랑'만큼 정체가 애매하여 규정하기 어려운 단어도 드물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면서 사랑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도 자꾸만 변해가기에 어찌보면 "이러한 관계도 사랑이라 할수 있겠는가?"를 말하는 것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사랑'이라는 것을 얘기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 아닐까라는 얘기다. 실제로 남녀간의 사랑이란 일종의 '인간간의 관계' 이기에, 관계를 다루지 않고 '사랑'으로 끝나버릴때 종종 그 사랑은 동화나 판타지가 되버리거나 신파가 되어버린다. 물론 "사랑은 어디에나~"와 같은 경구가 필요한, 추운 연말과 같은 시즌에는 '러브 액츄얼리'와 같은 영화가 기능하는 부분이 있지만 편협한 공갈이 뽑는 '좋은 멜로' 리스트에서는 제외된다는거. 그러한 의미에서 박찬옥은 사랑을 '관계'로 통찰해내기 위한 '예민한 관찰력과 디테일'과 같은 감독의 덕목을 너무 잘 갖추고 있는데다가 고심하며 다듬고 다듬은 흔적이 보이는 꼼꼼하고 성실한 시나리오도 감동이고 무엇보다, 여자 캐릭터의 감정라인을 밀도있게 따라갈수 있는 흔치 않은 감독이라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사건과 갈등_지독히 무겁다가도 지독히 유치할 수 있는_을 한퀴로 버무려내는 능력때문에 F4로 낙점되었다. (허진호는 '멜로의 지존' 자리를 박찬옥에게 기꺼이 양보해야 할 것!~) ![]() 감독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이선균과 서우가 아니었다면 느낌이 달랐을 것인데, <질투는 나의 힘>의 박해일에서 이어지는 박찬옥의 남자배우 취향은 어쩐지 일관된 부분이 있다. 수배생활과 첫여자에 대한 죄책감, 부인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죄의식과 의무감으로 점철된 삶인 김중식의 현실은 충분히 괴로운 상황이지만 이선균이 가지고 있는 선한 귀공자와 같은 고급스러운 아우라때문에 관객에게 가학적이지는 않은 형태로, 절제되어 전달된달까.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서 할말은 다 한다는거. 사건많은 질풍노도의 삶이지만, 그러한 사건을 단순히 순간적인 충격이 아니라 긴 여운으로 만들어내는 이선균의 능력을 감독은 충분히 끌어내고 있었다.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이창동이 만들었다면, 도저히 이런식으로 연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내밀한 어법과 시각으로 밀도를 보여주는 여자 감독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남자 감독들의 어법에 익숙해져 있거나 자극에 질려있는 관객으로서는, 매우 흥미롭고 즐겁다. 게다가 요즘 충무로 블루칩이라는 서우. 성형의 흔적과 써클렌즈 때문에 부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있지만 '탐나는 도다'를 본적이 없는 나는 이렇게 연기 잘하는 여배우가 도대체 그동안 어디서 뭐하고 있었던건지 그렁그렁한 눈동자와 퉁퉁 부은 눈덩이, 새빨개진 콧끝, 뿔어 벗겨진 입술을 보고 있자니 강혜정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반가웠다. 어떻게 보면 이쁘고, 어떻게 보면 과하게 바람을 넣은 자전거바퀴 모냥으로 괴상하게 생긴 도대체가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서우는 앞머리 변신 하나로 중학생부터 20대초반까지를 커버하였는데 길잃은 길고양이 같은 뾰루퉁한 표정이나 터벅터벅 왈가닥처럼 아무렇게나 걷는 팔자걸음걸이나 이건 뭐 하나부터 열까지 천진, 솔직하고 충동적이면서도 겁많고 불안정하고 외롭기도 한 은모라는 캐릭터의 불안한 감정을 고스란히 연기해 내는데 열광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불안함과 천진함이 같이가는 어린 마스크. . ![]() 형부를 형부라고 부르지 않는 처제 은모와 죄의식때문에 죽은 부인을 미처 사랑하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는 형부 중식. 이 두 캐릭터로 분한 매력적인 이 두 배우는 어떠한 제대로된 키스씬, 정사씬은 커녕 어떠한 구애나 나잡아바라~도 심지어 마음을 나누는 제대로된 대화조차 보여주지 않는 인색함으로 일관하지만 형부 김중식이 화면가득 클로즈업 된 얼굴로 처제 은모를 향해 "난 한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라고 갑자기 느릿하게 말할때 어찌보면 뜬금없고 당황스러운 그 장면에서의 먹먹한 긴장감은 사실 이 두 배우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은 몇마디이지만 잔잔한 수면 밑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던 서로의 격정을 확인하는 순간이고 진실을 대면하게 되는 순간이지만 은모는, 이전에 대학등록금을 들고 인도로 도망갔던 것처럼 자리를 박차고 도망친다. 진실은 버거우니까. 형부의 죄의식도 버거우니까. 형부는 그저 보험 사기꾼일뿐이니까. 중식의 마지막 고백에서 그의 지금까지의 행동이 설명되는 반면 은모의 마지막 심리는,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 심리와 욕망을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연애박사. 중식의 이 고백 장면은 허진호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후의 베스트 장면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손꼽는 멜로 아닌 멜로 영화중 하나인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마지막에 마론브란도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자기의 본모습을 밝히자 마리아슈나이더가 "난 저사람이 누군지 몰라" 하며 도망치는 명장면이 있다. 금지된 사랑이란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베일에 쌓여있을때 가장 달콤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의 정체가 과연 사랑인지 사랑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인지 누가 정의내릴 수 있겠는가. 오랜만에 본 가슴 떨리는 좋은 영화. 이런 영화에 목말라 있었다긔...가을 영화로 강추. 별5개. 뱀발. 파주에서 열리는 DMZ다큐멘타리 영화제의 오프닝의 일환으로 상영된 시사회에 초대받아 갔었던 것인데 시사회전 박찬옥과 이선균, 서우가 나와서 무대인사를 했다. 박찬옥은, 차분한 느낌의 아줌마였고, 이선균은 생각보다 키가 크고 비례가 좋았으며, 얼굴도 절대 길지 않았다는거. 조카의 발음을 나는 잘 못알아듣지만, 언니는 다 알아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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