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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항의 매력이 집중된 곳은 터미날 천장에 줄줄이 매달려 비행기의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텔레비젼 화면들이다. 미적 자의식이 전혀 없는 그모습. 노동자 같은 상자와 보행자 같은 활자는 아무런 위장 없이 자신의 감정적 긴장상태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을 드러낸다. 도쿄, 암스테르담, 이스탄불, 바르샤바, 시애틀, 리우. 이 화면들은 제임스조이스의 율리시즈에 나오는 마지막 줄의 시적 울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마지막 줄은 소설이 쓰인 곳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똑같이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쓰는 행동의 바탕이 된 세계주의 정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화면들의 계속되는 호출. 가끔 커서의 초조한 박동을 수반하기도 하는 호출은 언뜻 단단하게 굳어버린 듯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손쉽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냥 복도를 따라 내려가 비행기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몇시간 뒤에 우리에게 아무런 기억이 없는 장소, 아무도 우리 이름을 모르는 장소에 착륙할 것이다. 오후 3시, 권태와 절망이 위협적으로 몰려오는 시간에 늘 어딘가로, 보들레르가 말하는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륙하는 비행기가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 기분의 갈라진 틈들을 메우는 것은 즐거운 일 아닌가. 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2.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수 있는 상관 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3. 몇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꿈을 꾸다 보면, 나자신에게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즉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이나 관념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곳이 반드시 집은 아니다. 가구들은 자기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도 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정적 환경은 우리를 일상 생활속의 나라는 인간, 본질적으로는 내가 아닐수도 있는 인간에게 묶어두려한다. 4. 테크놀로지는 아름다움에 쉽게 다가가게 해줄지 모르지만, 그것을 소유하거나 감상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중략)...사람들은 적극적이며 의식적으로 보기위한 보조장치로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것을 대체하는 물건으로 사용하였으며, 그 결과 전보다 세상에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었다. 사진이 자동적으로 세상의 소유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러스킨은 데생에 대한 애착을 설명하면서 [그는 어디를 가든 무언가를 스케치했다], 그러한 애착이 "명성이나 다른 사람들 또는 나 자신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망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먹는것이나 마시는것과 비슷한 어떤 본능"에서 생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세가지 행동의 공통점은 모두 자아가 세상의 바람직한 요소를 동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바깥의 선 善을 안으로 옮기는 것이다. 러스킨은 어린 시절에 풀의 생김새가 너무 좋아 그것을 먹고 싶었지만, 점차 그것을 그리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풀밭에 누워 자라는 풀잎을 그리곤 했다. 초원의 구석구석, 또는 이끼낀 강둑이 나의 소유가 될때까지." 사진만으로는 그렇게 먹는 것을 보장할 수 없었고, 지금도 보장할 수 없다. 풍경의 진정한 소유는 그 요소들을 살피고 그 구조를 이해하고자하는 의식적 노력에 달려있다. 우리는 눈만 뜨면 아름다움을 잘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이 기억속에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의도적으로 파악하느냐에 달려있다. 카메라는 보는 것과 살피는 것 사이의 구별, 보는 것과 소유하는 것 사이의 구별을 흐려버린다. 카메라는 진정한 지식을 선택할 기회를 줄 수도 있지만, 어느새 그 지식을 얻으려는 노력을 잉여의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 도 있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음으로서 우리 할 일을 다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장소-예를 들어 숲-을 제대로 먹으려면 '줄기가 뿌리와 어떻게 연결될까?' '안개는 어디서 올까?' '이나무는 왜 저나무보다 색이 짙을까?'등의 문제를 계속 제기하게 된다. 스케치를 하는 과정에서는 은연중에 이런질문을 하고 또 답을 찾게된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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